안전을 위한 철저한 준비운동으로 굳어 있던 몸을 푼 학생들은 첫 번째 메인 종목인 '기차놀이'에 돌입했다. 모든 하우스가 동시에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와 진행된 해당 경기는 단순하지만 고도의 눈치 싸움이 필요한 종목이었다. 시작 신호와 함께 학생들은 자유롭게 운동장을 누비며 일대일 가위바위보 대결을 펼쳤고, 패배한 사람은 승리한 사람의 어깨를 잡고 뒤로 이어지며 점차 거대한 기차를 만들어 나갔다. 무리가 커질수록 각 기차의 맨 앞을 이끄는 대표들의 가위바위보 한 판 한 판에 엄청난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패배한 거대 기차가 상대방의 꼬리로 흡수될 때의 짜릿함, 그리고 대결 결과에 승복하며 기차가 끊어지지 않도록 앞사람의 어깨를 단단히 쥐고 달리는 모습은 하우스의 경계를 넘어 모두가 하나 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차놀이'
이번 26학년도 체육대회의 묘미는 메인 종목이 전환되는 막간을 활용해 각 하우스별로 자체 기획한 '미니게임'이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그레이스하우스는 기차놀이 직후 '그레잇 플레인'이라는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이벤트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진행 방식은 간단하면서도 즐거웠다. 학생들은 미리 배부받은 종이에 자신의 분반과 이름을 적고 정성껏 종이비행기를 접었다. 이후 하우스 구역 내에서 대운동장을 향해 수십 개의 비행기를 일제히 허공으로 날려 보냈다. 알록달록한 비행기들이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모습은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즐거움을 선사했으며, 멀리 비행기를 날린 학생들에게는 깜짝 상품이 지급되어 현장의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그레이스하우스 자체 미니게임 '그레잇 플레인'
막간의 즐거움이 끝난 후, 두 번째 종목인 '판뒤집기'가 이어졌다. 바닥에 빼곡히 깔린 색판을 제한 시간 내에 자신들 팀의 색깔로 더 많이 뒤집어야 하는 체력전이었다. 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학생들은 엄청난 속도로 바닥을 기어 다니며 판을 뒤집었고, 뒤집힌 판을 상대방이 다시 뒤집는 엎치락뒤치락하는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세 번째 종목인 '바람잡는 특공대'는 RC 학생들의 고도의 협동심과 순발력이 요구되는 경기였다. 수많은 인원이 둥글게 모여 커다란 대형 천을 힘껏 펄럭인 뒤, 공기를 가두어 거대한 돔을 만들었다. 천막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순간, 사회자가 "안경 쓴 사람!"과 같이 특정 대상을 지목하면 해당 학생들은 재빠르게 천 밖으로 빠져나와야 했다. 갇힌 공기가 점차 빠져나가며 대형 천이 가라앉는 절체절명의 순간 속에서도 남은 학생들은 천의 높이를 사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지목이 끝난 후 RA들이 매의 눈으로 각 팀의 천 높이를 비교하며 판정을 내릴 때마다 곳곳에서 아쉬움 섞인 탄성과 승리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네 번째 종목은 체육대회의 하이라이트이자 자존심이 걸린 '줄다리기'였다. 이 무렵부터 빗줄기가 제법 굵어지기 시작했지만, 승부를 향한 학생들의 집념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비에 젖어 미끄러워진 흙바닥은 경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었다. 학생들은 기꺼이 우산을 내려놓고 비를 맞으며 밧줄을 단단히 쥐었다. "영차! 영차!" 하는 구령에 맞춰 온몸을 뒤로 젖히며 혼신의 힘을 다해 밧줄을 당기는 모습, 그리고 목청껏 자기 팀을 응원하는 동기들의 함성은 궂은 날씨를 무색하게 할 만큼 가슴 뭉클하고 묵직한 감동을 자아냈다.
아쉽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지는 빗방울로 인해,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었던 마지막 종목 '미션달리기'는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취소되었다. 당초 계획했던 시간보다 행사가 일찍 마무리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빗속에서 보여준 학생들의 태도는 그 어떤 맑은 날의 체육대회보다도 찬란하게 빛났다. 누구 하나 불평하기보다는 비에 흠뻑 젖은 서로의 모습을 보며 호탕하게 웃고,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서로를 다독이는 모습은 이번 체육대회가 단순한 경쟁을 넘어 진정한 '연대'의 장이었음을 증명했다.
모든 종목이 종료된 후,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보던 최종 우승팀 발표가 이어졌다. 전년도 디펜딩 챔피언인 머레이하우스와 이에 맞서는 이글하우스가 대회 내내 엎치락뒤치락하며 박빙의 승부를 펼쳤으나, 치열한 점수 합산 결과 최종 우승의 영광은 이글하우스에게로 돌아갔다. 환호성과 함께 이글하우스 대표들에게 우승기가 전달되었고,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학생들의 밝은 웃음소리와 함께 폐회 선언이 대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우승기를 힘차게 흔들며 기뻐하는 이글하우스 이번 26학년도 RC 체육대회는 예기치 못한 우천이라는 변수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더욱 단단해진 RC 학생들의 협동심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승패를 떠나 비를 맞으며 다 함께 땀 흘리고 웃었던 이 날의 생생한 기억들이, 행사에 참여한 모든 연세인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청춘의 눈부신 한 페이지로 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