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매지3학사 뒤편 언덕을 오르면 작은 텃밭이 있다. 해당 텃밭은 지난 2012년부터 RC교육을 위해 Y-Farm(와이팜)으로 운영되는 공간으로, 약 200여 평 남짓의 크기에 자리하고 있다. 와이팜은 매학기 작물 재배와 잡초 제거 등의 활동으로 운영되어 오다가, 지난 2020년도부터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학사 운영으로 잠시 중단되었다. 이번 23-1학기부터 전면 대면으로 다시 활성화됨에 따라 RC융합대학 RC교육팀은 와이팜 활동을 다시 운영하며 이를 위한 1학년 참여자를 모집하여 시행하였다.
이번 와이팜은 사회기여활동 참여자와 자율활동 참여자를 구분하여 지원 받았다. 사전 수요조사를 통해 모집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활동 시범을 보인 후 총 161명의 현장 신청자를 모집하였다. 이후 일정 기간 동안 구글폼을 통해 활동 포부와 원하는 재배 작물 등의 내용이 담긴 참가 신청서를 받았고, 최종 112명의 RC 학생들이 지원서를 제출하였다. 규모에 따른 활동 인원 제한이 있어 담당 마스터 교수인 솜니움하우스의 정승우 교수가 해당 신청서에 대한 내용을 심사하여 80명의 사회기여활동 참여자와 1명의 자율활동 참여자, 총 81명의 학생들이 선발되었다.
지난 4월 10일(월)부터 5월 28일(일)까지 약 7주 간의 활동 기간이 주어졌으며, 사회기여활동으로 참여하는 RC 학생들은 정해진 요일(월, 화, 일)에 RA 조교가 상주하는 시간대에 방문하여 활동하면 봉사시간을 부여 받을 수 있었다. 시간은 RC 학생들의 '대학학문의세계' 교과목이나 'RC문화예술·체육활동' 등의 수업 참여로 저녁에 학교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오후 5시부터 7시, 일요일에는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활동 시간으로 정해졌다. RC 학생들은 사전에 신청한 시간대로 배정되어 해당 요일에 나와 일주일에 최대 2시간까지 봉사활동을 인정받는다.
▲첫날 땅을 개간하고 있는 RC 학생들
RC융합대학 소속 정승우 교수는 1주차에 학생들과 함께 와이팜 활동에 대한 기본적인 안내와 활동에 대해 안내를 진행하며, 땅을 갈고 그동안 정리하지 못했던 쓰레기나 부산물 등을 정리했다. 지난 3년 간 일부 공간만 교직원들이 작물 재배를 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땅이 비옥하지 않았기에 학생들은 땅 아래 10cm 정도로 갈아 뒤엎으며 비료를 함께 뿌려 개간하였다. 학생들은 정승우 교수와 조교 RA의 지도에 따라 밭을 갈며 이랑을 만들었고, 2주차에는 이랑 위에 비닐 멀칭(Mulching)을 진행했다. 멀칭이란 비닐이나 짚을 덮어주어 수분이 날아가거나 잡초가 자라는 것을 막는 작업을 말한다. 학생들은 ▲비닐을 풀어 덮는 역할 ▲양옆에 흙을 덮어 고정하는 역할 ▲비닐이 팽팽할 수 있게 잡아당기는 역할 등으로 분담하며 처음 해보는 일임에도 열심히 참여하였다. 멀칭 후에는 주변 흙을 추가로 덮어 비닐이 고정될 수 있게 보수하며 마무리 지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랑은 총 12개가 되어 대략 12m가 넘는 길이로 상당한 공간의 이랑이 만들어졌다. 이랑 외에도 나무 판자를 이용해 만들어진 구역도 20여 개가 있었는데, 개당 약 1평의 크기(가로, 세로 1.8m)로 만들어져 있다.
▲펼쳐진 비닐 양옆에서 흙으로 덮어 고정하고 있는 학생들
3주차에는 만들어진 이랑 12개와 구역 20개 중 14개의 공간을 현장에서 작물에 맞춰 RC 학생들에게 배정하였다. RC 학생들은 사전에 신청서를 통해 본인이 원하는 작물을 신청하였고, ▲오이 ▲고추 ▲토마토 ▲상추 ▲감자 ▲딸기 ▲강낭콩 ▲캐모마일 ▲깻잎 ▲호박 ▲옥수수 ▲ 열무 ▲바질 등 다양한 작물이 모집되었다. RA 조교의 안내에 따라 상추와 딸기, 방울토마토 등은 1평 구역에 4명씩 한 팀으로 배치되었으며, 옥수수나 열무, 깻잎 등의 작물은 이랑에 배치되었다. RC교육팀은 다양한 작물과 여러 학생들이 팀이 되어 배정되었기에 이에 대한 배치도 안내나 공지를 위해 Y-Farm 오픈채팅방이 운영하여 안내하였다. 배정 완료된 학생들은 본인 구역에 맞춰 주변 잡초를 제거하거나 비료를 추가로 뿌리는 등의 활동을 지속하였고, 이어서 모종을 받아 직접 심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부분 씨앗을 뿌리는 것이 아닌 모종을 사서 심게 되었고, 열무나 모듬쌈, 아욱 등의 일부 식물만 씨앗을 뿌려 진행하였다. RC 학생들은 담당 교수와 직원의 안내에 따라 모종이 심어질 부분을 모종삽으로 파고, 물뿌리개를 통해 물을 충분히 뿌려 적신 후 물이 빠지면 그 위에 모종을 넣고 흙을 덮었다. 상추와 방울토마토는 인당 3~4개의 모종을 배정받고, 나머지는 인원에 따라 적절히 배정되었다.
▲학생들이 배정 받은 구역에 모종을 심고 있다
오이는 덩굴이 자라고, 고추나 토마토는 위로 자라기 때문에 별도의 지지대를 박은 다음 노끈을 통해 식물이 잘 묶여 자랄 수 있게 담당 학생들은 별도의 작업도 진행하였다. 모종을 심은 학생들은 이러한 부가 작업이나 주변 잡초를 제거하는 등의 작업을 주차별로 꾸준히 진행하였다. 활동 시간대가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는 시간대이고, 그늘이 지기 시작하면 학생들은 호스와 물뿌리개를 활용해 식물에 물을 주기도 한다. 해가 뜨거운 시간대에 주면 자칫 물이 마르면서 작물이 상할 수 있기에 땅이 식은 후에 물을 준다. 활동 기간 동안 비가 오고 나면 잡초가 무성히 자랐기 때문에 학생들은 비가 온 다음날은 잡초 뽑기에 여념이 없었다. 언덕으로 올라오는 길도 풀이 많이 자라 본인 작물 주변 정리를 마친 학생들은 입구 쪽 잡초도 뽑는 활동도 진행했다. 밭일은 풀과의 전쟁이라는 말을 실감하면서 학생들은 조금씩 자라는 작물들을 보며 7주 간의 활동을 이어갔다.
▲방울토마토를 담당하는 RC 학생들이 노끈으로 고정하고 있는 모습
심어진 작물 중 가장 빠르게 자란 작물은 아무래도 상추였다. 종류별로 모종을 심었기에 다채로운 형태의 상추들을 구경하며 기를 수 있었는데, 상추는 약 30일 간 키우면 재배를 할 수 있기에 금방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꽃이 피며 고추와 방울토마토가 열리기 시작했다. 옥수수와 고구마의 경우 2학기가 개강할 즈음 수확 시기가 오기 때문에 아직은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그 외 딸기와 오이 또한 잘 자랐다. 상추만큼 잘 자라는 작물이 눈에 띄게 하나 있었는데, 바로 열무 모종이다. 이랑 한 부분(약 5m)을 차지하며 씨앗으로 뿌렸던 열무가 어느 순간 두둑을 덮을 정도로 잘 자라게 된 것이다. 학생들은 방문할 때마다 조금씩 자라는 작물을 보며 얼른 따서 먹고 싶다고 말하며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생활관의 도움을 받아 매지3학사와 연결된 호스를 통해 적겨자에 물을 주고 있다.
본 와이팜 봉사활동은 사회기여활동을 위해 참여가 가능하기에 79명의 학생들이 활동했고, 봉사시간 부여를 위해 일정 시간 상주하는 담당 RA 5명이 활동하였다. 1학년 학생들은 리더십개발 교과의 사회기여활동 30점을 채우기 위해 봉사활동 10시간을 채워야 한다. 이를 위해 1시간 단위로 활동 후 기록을 통해 봉사시간이 부여됐고, 총 10시간 이상을 활동한 학생들에 리더십개발을 위한 인증서가 발급된다. 이번 학기 와이팜은 총 545시간의 활동시간이 누적되었고, 최종 51명의 학생들이 10시간의 봉사활동을 마쳤다.
▲학생들이 잡초를 제거하며 작물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약 7주 간의 활동이 종료된 후 활동을 완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팜파티(Farm-party)가 진행되었다. 그동안 재배한 채소들과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자는 취지에서 진행된 파티는 지난 6월 7일, 연세플라자 2층 상근이 푸드코트에서 열렸다. 6시 반에 식사가 시작되기 전 일부 학생들은 자원하여 와이팜에 미리 들러 상추와 오이 등을 채취하였다. 담당 조교와 함께 넉넉히 먹을 수 있을 만큼 잘 자란 상추와 오이, 고추 등을 따고, 식사 시간에 맞춰 식당으로 이동했다. 식당의 도움으로 채소를 세척하고 바구니에 담아 학생들이 적절히 가져갈 수 있도록 하였다. 와이팜에서는 비료를 제외하고 처리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무농약 유기농 작물이라 흙과 상한 부분만 제거하고 섭취하였다.
▲세척된 채소를 학생들이 먹을 만큼 담아가고 있다
이날 약 30여 명의 학생들이 시험 기간을 앞두고 재배한 채소와 맛있는 삼겹살을 먹기 위해 자리했다. 4명 당 한 테이블에 앉아 대패삼겹살을 식당에서 제공 받아 구워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상근이 푸드코트의 대패삼겹살 메뉴가 마련되어 있어 이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고 와이팜의 쌈채소를 곁들여 먹은 것이기에 반찬도 제공되어 푸짐히 먹을 수 있었다. 학생들은 와이팜을 운영했던 정승우 교수와 텃밭 지도에 도움을 줬던 치위생학과 정원균 교수, 그리고 RC융합대학 담당 직원들과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 고생했던 것에 대한 보람과 뿌듯함을 느끼며 와이팜 활동을 마무리 지었다.
▲활동하면서 더욱 친해진 학생들이 고기를 구워 먹고 있다.
와이팜에 사회기여활동으로 참여했던 정한별(자율융합계열, 23) RC는 이날 인터뷰에서 그동안 키운 열무를 캐서 본가에 가져가 열무 김치를 담그는데 활용했던 이야기를 풀었다. '어머니가 싱싱한 열무를 학교에서 직접 키워 왔다며 신기해 하시고 좋아하셨다'며 후기를 밝혔다. 정한별 RC는 열무가 자라는 것과 별개로 활동하면서 잡초를 뽑는 시간이 많았던 게 아쉬웠지만, 씨앗을 직접 뿌리며 키웠는데 생각보다 열무가 쑥쑥 자라서 뿌듯했다고 한다. 같은 사회기여활동 참여자 한예은(치위생학과,23) RC도 참여할수록 직접 가꾸는 식물들에게 애정이 생겨 매주 활동날이 기다려졌다고 한다. '매주 빠르게 자라던 작물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고, 너무 즐거웠습니다'라며 와이팜 활동 후기를 전했다.
5명의 와이팜 조교들 중 솜니움하우스에 소속된 노하은 RA와도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와이팜 조교는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RA 활동을 제외하고 하루하루가 똑같았던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하우스 마스터 교수님이 와이팜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고, 조교를 뽑는다고 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 집 베란다에서 상추나 딸기, 토마토를 키워본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느꼈던 수확의 기쁨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었습니다. 베란다보다는 훨씬 큰 곳에서 농사를 짓는 게 힘든 건 알았지만 베란다에서 맛봤던 소중한 추억을 향수 삼아 더 넓은 땅에서 작물을 키워보고 경험해 보고 싶어서 지원했습니다.
▲상추와 적겨자, 양배추, 열무가 자라고 있는 모습
Q. 와이팜을 두 달 넘게 관리했었는데, 이제 마무리 되었어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활동 초반에는 멀칭도 하고 모종도 심고 물도 주며 다채로운 활동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작물들이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 전에는 자라는 시간이 필요했고, 이때 해야 할 일이 잡초 뽑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잡초들 때문에 학생들도 지치기 쉽고, 단순 노동으로 비쳤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활동한 덕분에 결국 수확의 기쁨도 얻을 수 있어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작물들도 방문할 때마다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니 직접 키운 RC 학생들도 뿌듯할 거라고 믿어요. 마지막으로 팜파티 때는 종류도 다양했던 상추, 오이, 고추, 깻잎까지 직접 따와서 고기랑 먹으니 뿌듯함 이상으로 새로운 기분이었습니다. '이런 게 수확의 기쁨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 속에 땀도 흘리며 고생했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활동이 마무리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름이 다가오는 만큼 비도 자주 왔었는데, 소나기를 맞아가며 열심히 작물들을 키워내 정말 우리 RC들이 대견하고 멋지다고 생각이 듭니다. 노력 끝에 맺은 결실인 만큼 와이팜 활동이 좋은 추억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참여해준 우리 RC 여러분과 같이 활동한 RA 조교 분들 너무 수고 많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방울토마토와 깻잎, 오이, 딸기가 자라고 있는 모습
와이팜 활동은 사회기여활동 증빙 기간으로 인해 지난 5월 28일에 활동 종료되었다. 이후 조교들과 RC융합대학 직원들의 자원봉사로 관리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번 방학 기간에도 지속적으로 재배와 관리가 이어질 예정이다. 아직까지 열매가 다 자라지 못한 방울토마토나 콩, 고구마, 옥수수 등이 방학 중에 추가로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 간의 운영 중단이라는 공백을 깨고 무사히 활동이 재개된 와이팜 활동이 앞으로도 학생들의 꾸준한 활동과 관심으로 더욱 활기찬 모습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