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코로나19 사태는 점점 인간 사이에 이어진 물리적 연결고리를 희미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철학자 데카르트의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라는 말과 같이, 책 속의 인물들과 대화를 통해 수강생 간에 진정한 학문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수업이 있다. 바로 'RC문화예술활동 - 독서클럽'이다. 독서클럽의 이연경 TA(20, 간호학과)는 "책의 내용을 내 삶과 접목하며 능동적으로 책을 읽은 개개인이 모여 자신의 소화 방식, 자신이 책을 통해 얻은 점, 영감 또는 통찰을 나누는 수업"이라고 소개했다.
솜니움하우스는 RC문화예술활동으로 독서클럽을 포함해 ▲걸스 힙합 ▲캘리그라피 ▲패션트렌드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 중 독서클럽은 매주 월요일 7시 온라인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이 수업은 한 학기 동안 2권의 인문학 도서 ▲<여덟 단어> ▲<행복의 기원>, 2권의 고전소설 ▲<어린 왕자> ▲<이방인>의 총 4권을 주제로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를 수강하는 RC 학생들은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먼저 삶에 대해 고찰하고, 책 속의 문장들을 계속해서 곱씹으며 고뇌한 결과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한다. RC 학생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감상을 공유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 수업을 보다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지난 4월 12일, 'RC문화예술활동 - 독서클럽'의 이연경 TA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 한 학기동안 독서클럽에서 읽는 4권의 책
Q. 많은 수업 중 독서클럽 TA를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이 수업을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수업을 구성하고 진행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독후 활동을 통해 저 또한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같은 책이라도 사람마다 그 책을 통해 얻는 깨달음, 관점, 소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죠. 50분 수업을 위해 책을 정독한 후 수업 준비를 하고 같은 학생 신분으로서 수업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부담은 있었어요. 그러나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배우는 것이 독서모임의 핵심이고, 그렇기에 독서클럽 TA 활동은 시간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책의 종류는 그 범위가 참 다양한데요. 그 중 인문학과 고전소설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인문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는 분야라고 해요. 지난 3주 동안 진행한 <여덟 단어>에 나온 표현을 빌리고 싶은데요. 책 속에서는 인문학에 대해 "인문학을 해서 밥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안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문학을 하면 밥이 맛있어집니다."라고 말합니다. 이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인문학은 모든 것의 근본이 되고 인생을 더욱 풍족하게 살 수 있는 거름이 되기 때문에, 수업 주제로 인문학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제가 신입생 때 어떤 책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받았는지 돌이켜봤을 때, 단언컨대 인문학 도서가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21학번 새내기들도 함께 느껴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인문학을 선택했습니다.
고전을 택한 이유도 <여덟 단어> 3강 고전(古典) 챕터에 있는 말을 빌려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간의 시련을 견뎌내고 시대를 떠나 살아남았다는 건 관통하는 무엇, 즉 본질이 담겨있다는 말이고, 시대를 뛰어넘어 변함없이 읽을 만한 가치를 지닌 것, 남는 것이 바로 고전"이기 때문에 고전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제 독서 경험에 빗대어 보자면 고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데미안> 등을 읽고 정말 많은 위로와 깨달음과 통찰을 얻었어요. 제가 고전을 통해 얻은 것들을 학생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이래서 고전이구나, 이래서 고전을 읽는구나.'라는 깨달음을 RC 학생들이 직접 고전을 읽으며 보다 능동적으로 깨닫길 바라는 마음에서 고전소설 2권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자존(自尊)에 대해 토론하고 있는 모습
Q. 3주에 걸쳐 진행된 <여덟 단어> 수업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인생에는 정말 중요해 보이는 또는 중요한 가치들이 많은데요. <여덟 단어>는 8개의 챕터 별로 각각 8개의 중요한 가치들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덟 단어>는 그것들을 알기 쉽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새내기인 RC 학생들이 부담 없이 읽기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일단 이 책이 인문학 책인 만큼 단순히 책을 읽고 받아들이는 것보다, 책을 통해 스스로 성찰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1주 차에 '내가 인생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추후의 토론 시간에서 단순히 책에 대한 견해를 나누는 것보다는 먼저 자신이 생각해 본 후 발언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2주 차부터는 목차 순서대로 ▲1강 자존(自尊) ▲2강 본질(本質) ▲3강 고전(古典) ▲4강 견(見) ▲5강 현재(現在) ▲6강 권위(權威) ▲7강 소통(蔬通) ▲8강 인생(人生)에 대해 생각과 느낀 점을 나눴어요. 마무리 독후 활동으로 1주 차에 생각해 본 '내가 인생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동안 나누었던 이야기들과 자신의 감상평, 그리고 인생을 대하는 자세를 전체적으로 관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확실히 사람마다 경험한 것이 다르고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이 달라서 그런지,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가 나오는 반면에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RC 학생들도 있어서 정말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저와 RC 학생들이 상부상조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아는 점과 저만의 생각들을 전달하면서, 그리고 RC 학생들 개개인의 생각이나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영감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Q. 기억에 남는 RC 학생들의 이야기가 있나요?
사실 몇 가지만 꼽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모두가 각자만의 의미를 가지고 있고, 그 모든 의견들이 소중하기 때문이에요. 2주차에 진행된 자존(自尊) 수업 중 '자존감은 비교를 통해 나오는가?'라는 주제에 대해 이완희 RC는 "남들과의 비교보다는 과거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고,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자존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의견과 김예림 RC가 "자존이라는 것을 내 존재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타인과의 비교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타인과의 비교를 금기시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나의 다른 점을 찾아 나만의 독특함을 발전시킨다면 자존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그들 스스로 독서를 통해 각자만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모든 순간들을 추억하고 싶습니다.
Q. 3주 동안 수업을 진행해보신 소감이 어떤가요?
너무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앞선 질문의 답변에서 TA 경험이 제게 '기회'일지 모른다고 한 것이 실제로 맞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에요. 이 수업이 비단 RC 학생들만이 아니라, TA인 저 스스로에게도 엄청난 성장과 행복의 기회가 확실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책을 다시 정독하며 처음 읽었을 때보다 책의 내용을 더 많이 습득할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RC 학생들의 능동적인 토론을 들으면서 제 사고의 지평이 넓어지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차가 거듭될수록 RC 학생들의 비판적인 사고와 함께 책의 내용을 그들의 삶, 그들 자신과 접목해 독서를 하고 있다는 것이 보여서 정말 기쁘고 흡족함과 동시에 감격스러웠어요. 앞으로의 수업도 생각만으로도 정말 설레네요.
▲<여덟 단어> 마무리 수업 중 일부
Q. RC 학생들이 이 수업을 통해 어떤 점을 얻어 가길 바라시나요?
TA로서 그들을 독려하며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 수강생들이 책의 가치와 장점을 앎과 동시에 독서의 필요성을 스스로 느꼈으면 좋겠어요. 이 수업을 거친 RC 학생들이 스스로의 내면이 단단해졌다고 느낄 만큼 내면의 성장을 이룩한 하나의 성숙한 개인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독서가 취미이자 습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TA님이 이 수업을 통해 얻어 가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성장입니다. 거듭 말했듯, 이 수업은 제게 성장의 기회입니다. 독서는 나에 대한 성찰, 탐구의 기회를 주고 배움의 기회를 주며 책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습득함으로써, 보다 깊은 사유의 기회를 줍니다. 이것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제 사고와 생각의 지평이 더욱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제 스스로에게 성장의 기회를 주는 것 같아요. 이 수업이 끝나고 나면 저는 제 스스로가 작년보다 더욱 성장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Q. 다음 수업인 <행복의 기원>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며, 행복하기 위해 인생을 산다고 합니다. 저 또한 1학년 때, 아니 지금까지도 '행복'이란 무엇일까, 왜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지, 과연 행복을 미래에서 찾아야 하는 것인지 등 여전히 고민이 많습니다. 이런 고민의 시간을 통해 우리는 평생 행복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을 선택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고 행복에 대해 많은 생각과 깨달음과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덟 단어> 수업 동안 배운 점이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에 <행복의 기원> 수업도 정말 기대됩니다.
이 수업을 듣고 있는 김예림 RC는 3주간 진행된 <여덟 단어> 내용 중 "모든 인생은 제대로만 된다면 하나의 소설 감이다"라는 문장을 언급하며 자신의 느낀 점을 전했다. 김예림 RC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좌절감을 느낄 때마다 스스로가 인생의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밀려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그러나 이 문장은 그럴 필요 없이, 살아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라며 자신만의 깨달음을 전했다. 또 "독서 클럽을 통해 책을 읽고 그 속에서 깨닫는 자세를 배우고 싶다. 각자가 가진 관점이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그 다름 속에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