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에서는 매년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직후에 1학년 학생들의 축제의 장이라 할 수 있는 문화주간을 마련한다. 올해는 11월 둘째 주인 11일부터 14일까지 4일간 개최되었으며, 첫 날인 월요일에는 솜니움하우스에서 진행한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펼쳐졌다.
“작가와의 만남”은 13년 전, 대한민국 최초의 Residential College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시작되었다. 문화제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독서문화주간 행사 때 처음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개최된 이 행사는 2015년에 RC 문화주간이 신설된 후 “연세 독서 진흥 정신”을 잇는 유일한 행사로 남아서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접할 수 있는 기회와 책읽기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는 책장 너머 소통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 원종우 작가와 이한솔 사회자의 질문과 대답
‘원종우 작가와의 만남 – 과학하고 앉아있네’는 11월 11일 월요일 오후 7시 30분 미래관 237호에서 ▲ 뭐든지 물어봐! 북 토크쇼 ▲ 원종우 작가의 태양계 연대기 강연 ▲ 추가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Q. 필명인 파토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과학과 사람들이 어떤 단체인지 궁금합니다.
A. 제가 캐나다에서는 패트릭이란 이름을 사용했는데요. 일본에 이주하면서 주변인들에게 발음이 편하도록 페트라고 줄여 부르라 했더니 e 발음 문제 때문인지 ‘파토짱’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독특하기도 하고, 계속 듣다보니 마음에 들어 파토를 필명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제가 일하고 있는 단체 “과학과 사람들”은 일반인들에게 멀게만 느껴지는 과학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대중과학 콘텐츠 개발 전문 기업입니다. 현재는 팟캐스트를 주된 무기로 활용하고 있고요, 총 조회 수로 1억 3천만을 달성했으니 과학관련 최고 인기 팟캐스트라 할 수 있습니다.
Q. 철학, 뮤지션(음악), 과학 컨텐츠 제작자로 주 전공을 자주 바꾸셨는데 후회는 없으신지요?
A. 제가 미래를 걱정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후회는 없습니다. 하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철학 공부를 하다가 ‘아, 이거 재미없는 거다.’라는 생각에 성급하게 그만둔 점이 아쉽습니다. 철학은 기초 학문이라 할 수 있으므로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했으면 좋았을 거라 생각이 들곤 했으니까요. 그래도 그 후에는 뮤지션으로서 최선을 다했고, 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걸으면서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연주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Q.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만난 사람 중에 기억에 남는 유명인이 있다면요?
A. 글쎄요, 여러분이 아실 법한 인물 중에서는 가수 신해철과 웹툰 작가가 있겠네요. 아쉽게도 저와 닮았다고 추천받아 이미지로 사용하는 ‘애봉이 아빠(웹툰 '마음의 소리' 등장인물)’의 조석 작가는 아직 모릅니다. 그래도 영감을 위해 웹툰 작가들과 자주 교류를 하는 편이에요.
다음으로 원종우 작가가 책 『태양계 연대기』의 엑기스만 뽑아 준비한 북 콘서트가 뒤를 이었다. SF와 음모론이 결합된 이 책에서 원종우 작가는 모두가 부정하는 UFO가 태양계 안에 실제로 존재한다면 거리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발상을 담았다. 세간의 UFO 인식과 같이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게으른 고정관념을 잠시 묻어두면, ‘화성 역시 지구와 마찬가지로 생명체가 살지 않았을까?’라는 새로운 의문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와 상상을 넘나드는 작가의 주장은 참석자들을 우주여행에 빠져들게 했고, 추가질의응답이 이어졌다.
Q. 대학교 1학년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십니까?
A. 경험과 교양을 쌓으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그게 결국 인생의 에너지가 되니까요. 이제 제 연배에 해당하는 50대 친구들 대부분이 명예퇴직을 했어요. 열심히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흐름에 따라 난관에 빠진 거라고 생각하는데 자신이 처한 상황은 둘째치고, 각자 가장 아쉬워했던 건 바로 나만의 컨텐츠가 없다는 거였어요. 내 세계가 사라지고 나면 내 컨텐츠가 없고, 내 주장이 없고... ‘나는 어떤 시스템에 톱니바퀴로 살다가 이제는 그 톱니바퀴조차도 아니구나’라는 상태가 되잖아요. 앞으로는 AI, 즉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직업이 많이 없어질 거라고 얘기들을 합니다. 긍정적인 변화도 많겠지만, 부정적인 현상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교양을 쌓을 수밖에 없겠지요. 나만의 컨텐츠를 개발해 가야 하고, 변화하는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방향이든 그 안에 녹아들 수 있는 적응력을 키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많이 보고, 많이 알려는 태도로 도전하는 삶을 살길 기대합니다.
철학에서 출발하여 음악을 거쳐 과학으로 전공을 바꾸면서 다양한 인생을 살아온 원종우 작가와의 만남은 본격적으로 전공 진입을 앞둔 1학년 학생들에게 인생을 대하는 자세와 거침없는 발상법을 배울 수 있는 값진 기회가 되었다. RC 대표로 행사를 기획한 홍유림 RC는 “작가님의 강연을 들으며 제 삶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하고자 하는 일에 용기를 얻게 되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행사 마지막에는 멋진 질문을 한 학생들과 진행요원들에게 원종우 작가가 책에 서명을 해 주는 시간을 가지고 기념촬영을 하면서 만남의 여운을 극대화했다.
▲ 원종우 작가 사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