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10일 오후 5시, 정의관 대강당에서 RC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1차 명사특강이 개최되었다. 이번 특강은 2학기 개강 초, 대학 생활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1학년 RC 학생들에게 다양한 삶의 방식을 제시함과 동시에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RC교육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연사로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케이채 사진작가가 초청되어 강연을 진행했다.
케이채 작가는 자신의 학창시절 경험을 이야기하며 가볍게 강연을 시작하였다. 자신은 뉴욕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대학 재학 중 학업의 어려움을 느껴 사진 분야로 전공을 변경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유년 시절 아버지를 따라 온두라스에 거주하며 현지인 학교에 다녔던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 학교에서 유일한 외국이었던 그는 처음으로 한국이 아닌 다른 세계와 다양한 삶의 존재를 인지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험은 훗날 그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사진 작업을 단순히 여행지의 환상을 심어주는 일반적인 여행 사진과 명확히 구분했다. 인위적인 연출은 배제하고 오직 우연의 순간을 발견하고 이를 기록하는 여행을 담은 사진이야말로 자신이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자신의 철학을 설명했다.

▲ 연설을 이어가는 케이채 작가
이어서 그는 사진가로서 자신의 삶과 경제적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내용을 공유했다. 많은 이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하면 작가처럼 살 수 있는지' 묻는다고 언급하며 그는 "여행하며 사진 찍는 삶이 화려해 보일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추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장기 여행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 형태의 후원을 받거나 한국에 머무는 동안에는 상업 사진 작업을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생각하는 사진가로서 가장 이상적인 수입원은 자신의 작품을 판해하는 것이며 작품이 팔렸을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겪은 독특한 경험담을 풀어내며 RC 학생들의 흥미를 끌었다. 핀란드 관광청의 겨울 홍보대사로 선발되는 과정에서 최종 후보 3인에 들어 도쿄 공항 근처 호텔에서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등 예상치 못한 체력 테스트를 받았던 일화를 소개했다. 핀란드에서 3개월간 머물며 개썰매를 탔던 경험을 이야기를 할 때는 "여섯 마리의 개가 끄는 썰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들의 안전이며 두세 시간에 한 번씩 썰매를 멈추고 개의 발바닥에 박힌 얼음 알갱이를 빼주는 것이 최우선 수칙이다"라고 언급하며 생생함을 더했다.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타슈라밧 산맥 지역에서는 말을 타고 내려오다 우연히 유목민 가족을 만나 그들의 환대를 받으며 함께 염소 고기를 먹었던 추억도 공유했다.

▲ 연설을 듣고 있는 RC
특히 아프리카에서 촬영한 은하수 사진을 보여주며 그는 "사진은 보이는 것도 좋지만 보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해당 사진이 자신에게 특별한 이유는 은하수의 시각적 아름다움 때문만이 아니라 사진에 담기지 않은 유르트 안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함께 만든 유목민 가족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기록 너머에 있는 관계와 기억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강연 막바지에 한 RC 학생이 좋아하는 일과 경제적 안정 사이의 균형에 대해 질문하자 케이채 작가 자신은 언제나 좋아하는 일을 인생의 최우선 가치로 두어왔다고 답했다. 그는 "실패하고 망할까 봐 두려워하는데 우리 모두 다 똑같다"며, "도움을 생각하기에 앞서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해보면 좋겠다"고 조언하며 RC 학생들을 격려했다.
특강에 참여한 한 RC 학생은 "1학기에는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는데 2학기가 되니 당장 무언가를 정해야 할 것 같아 불안하다"라며 "오늘 강연을 듣고 조급함을 내려놓게 되었다. 남들이 정해놓은 길을 따르기보다 나만의 경험과 추억을 쌓으며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명사특강 정해진 성공의 길을 따르기보다 자신만의 방향을 찾아 나서는 한 사진작가의 진솔한 삶을 통해 RC 학생들이 자신의 대학 생활을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도전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며 마무리 되었다.